항목 ID | GC044014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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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물품·도구/물품·도구 |
지역 | 전라남도 영암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명헌 |
[정의]
전라남도 영암 지역에서 무명·비단·모시·삼베 따위의 피륙을 짜는 틀
[개설]
베틀 은 무명·비단·모시·삼베 따위의 피륙을 짜는 틀로 오늘날의 직조기와 원리가 비슷하다. 무명베는 미영다래에서 실을 뽑아내어 짰고, 비단[명주] 베는 누에고치에서 얼레와 자세를 통하여 실을 뽑아서 짰다. 모시·삼베는 모시와 삼대에서 실을 뽑아내어 짜서 옷감으로 이용하였다.
각각의 피륙은 그 날이 얼마나 촘촘한가에 따라 품질이 달랐다. 그 촘촘한 정도를 ‘새’ 또는 ‘승’이라고 했다. 예컨대 한 새는 바디의 실 구멍이 40개로 짜이는 것을 말하며, 한 구멍에는 두 가닥의 실이 나온다. 그래서 상품의 삼베는 보통 6새이므로 240개의 구멍에서 480가닥의 날실로 짜고, 비단은 보름새[15새]이므로 600개의 구멍에서 1,200가닥의 실로 짠다. 모시와 무명은 8새가 상품이었다.
이렇게 베틀을 가지고 피륙을 짜는 기능은 피륙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고, 또 그것을 몇 새로 짜느냐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보통 하루에 혼자서 삼베의 경우는 1필[18m] 가량을 짤 수 있고, 비단은 1/3필[6m]를 짰다.
[연원 및 변천]
베틀 은 삼국 시대 이전부터 우리의 조상들이 개발하여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헌 기록으로는 『신증유합(新增類合)』·『역어유해(譯語類解)』·『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 한글 고어체로 뵈틀이라 했고, 한문으로는 『신증유합』·『역어유해』·『방언유석(方言類釋)』·『재물보(才物譜)』에서 기(機) 또는 기(幾)라 했으며, 북학의에서는 직기(織機)라고 적었다.
그러나 섬유 산업의 발달과 함께 영암 지역에서도 베틀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여 길쌈을 하는 마을이 없어지고 개인적으로 베틀을 소장한 농가 또한 없어지게 되었다. 전라남도 농업 박물관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사용하던 베틀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다.
[형태]
베틀 은 대부분 나무를 이용하여 만드는데 이 외에도 대나무나 쇠붙이 등 여러 가지 재료가 사용되었다. 형태는 나란히 세운 두개의 앞 기둥에 의지하여 사람이 걸터앉기에 편한 높이로, 가운데에 세장을 박은 틀을 가로로 끼워서 ㄴ자형을 이루고 있다. 오른쪽 끝에 앉아서 일을 하며 앞 기둥 상부에는 용두머리가 얹혀서 기둥 자체를 유지시켜 준다. 용두머리의 안쪽에는 두개의 눈썹대가, 그리고 바깥쪽으로는 베틀신대가 반달처럼 걸렸으며, 이들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베틀 에 설치되어 있는 여러 가지 기구들은 저마다의 명칭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용두머리·눈썹대·눈썹노리·눈썹끈·잉아·잉앗대·속대·바디·바디집·바디집비녀·최활·부티·부티끈·말코·앉을깨·뒷다리·다올대[밀대]·끌신·베틀신끈·가로대·눌림대·눌림끈·눈다리·비경이·베틀앞기둥·베틀신대·사침대·도투마리·뱁댕이 등이다. 이밖에도 베틀에 관계되는 기구로 북·북바늘·꾸리·씨앗이·활·물레·솔·도투막 등이 있으나 이 모든 것들은 지역에 따라 약간씩 명칭의 차이를 보인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베틀 과 관련하여 노동요(勞動謠)인 「베틀가」와 베틀놀이란 민속놀이가 있다. 「베틀가」는 부녀자들이 베를 짜면서 그 고달픔을 잊기 위해 부르던 대표적인 부요(婦謠)로 영남 지방에서 비롯되어 전국에 널리 퍼졌다. 지방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나 기본적인 뜻은 비슷하다. 처음 내용은 베틀의 여러 가지 기구들을 의인화하고 혹은 고사에 비겨 익살스럽게 노래하다가 뒤에는 님의 죽음으로 끝맺는 한(恨)을 노래한 것이다. 예컨대 먼저 베를 짜는 과정을 노래하고, 그 다음에 그 베로 님이 입을 도포를 지었더니 뜻밖에도 님이 죽어서 돌아와 맺힌 한을 풀길이 없다는 내용이다.
또 전남 강진과 영암 지역에서 전승되는 베틀놀이는 목화씨를 뿌려 목화를 따고 목화에서 실을 뽑아 베를 짜서 다듬이질 하는 과정까지를 담고 있는 놀이를 말한다.